마라도에서 점심을 해치우고 다시 송악산 선착장으로 돌아오니 오후 1시.
오전정도의 페이스라면 제주 동남쪽의 남원까지 가고도 남을시간이다.
하지만 여행이란게 항상 편하기만 하면 재미없는 법.
사는것도 그래. 항상 좋은일만 있을 수도 없는거고.
중간중간 힘든 일도 좀 생기고 그래야 그 후에 더 큰 일이 다가와도 담담하게 대하지 않겠어.
좋든 나쁘던, 즐기면서 살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하며 살지어다.
그래서 참 즐겁던 둘째날 오후.
마라도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들은 이야기로는 송악산에 오르면 분화구를 볼수 있다고 한다.
어차피 마라도에서 돌아오면 송악산 근방의 선착장이다.
어디한번 가보자! 라는 생각으로 제주도에 돌아왔는데.. 비가 쏟아진다.
쏟아지는 비따위는 자전거 여행하면서 오히려 시원한 녀석이지.
송악산 아래의 절벽앞에 섰다. 멀리 마라도, 가파도가 보인다.
그 맑던 하늘이 한시간도 채 안되어 캄캄해지다니. 제주 날씨가 변덕스럽다더니만. 당했구나.
계획은 송악산 정상에 올라갔다 오려 했지만
비오는 날씨니 할수 없지. 산 중턱까지 올라온것에라도 만족하자. 분화구는 성산일출봉으로!
소나기였나 싶던 비가 당췌 그칠 생각을 안한다.
전방 10km 정도는 빗속에 달리기엔 위험한 해안도로. 잠시만 쉬어가자.
비가 그쳐가는듯 싶어 바로 출발. 다음 목적지인 삼방산이 보인다.
얼핏 봐도 저걸 올라가는건 정신줄을 제대로 놓아야만 가능할듯 싶다.
비만 그치기는 커녕 바람까지 가세했다. 파도소리도 왠지 음산해졌다.
멀리 지도에서만 보이는 '형제섬'이 보이는데. 설마. 그냥 마주보고 있다고 형제인거니?
하이킹하기엔 제주가 참 좋다. 모든 해안도로는 바다방향에 이렇게 자전거 도로가 있으니.
그래서 이런 차들을 보면 괜히 화가 난다지만.
사실 자전거 도로로 달리는 일 보다 차도로 질주하는 일이 더 많았다.
한참을 달려 삼방산 앞에 도착했다. 비는 그쳤지만 삼방산 옆의 업힐 코스는 아무래도 찜찜.
업힐이래봐야 여기가 대관령도 아니고. 힘들긴 해도 용케 올라왔다.
그래도 도로인걸. 송악산의 오프로드(?) 풀숲을 올라간것에 비하면 이쯤이야.
짧은 업힐 뒤에는 급경사의 내리막이 있곤 하지.
차보다 더빠르게 쫘악 내려와주고 나니 입술이 후덜덜댄다.
비에 홀딱젖고, 땀을 섞어놓고, 다운힐 한방으로 전부 말려주니 체온 급저하인가?
마의 고지 삼방산을 넘어 드디어 중문으로 향하는 일주도로에 진입.
공사중이서 한쪽 방향은 텅 비어있다. 하이킹족들에게 이런 도로는 정말 축복이다.
신나게 비맞고, 산나게 달려오고. 몰골이 말이 아니다. 더운데 버프 빼려다 한참 참았다.
잠시 쉬면서 양갱이 하나 입에 넣어주는데 자전거 전국일주족을 만나다.
중문 입구까지 동행하기로 하고 페이스를 急! 끌어올려 순식간에 중문 입구 도착.
출발전 꾸준한 운동이 도움되었던지. 어지간한 라이더들을 만나도 페이스에서는 안뒤진다.
사진속 아이들은 잠시 후 가볍게 추월해줬다. (결국은 한 숙소에서 만날것을..)
조금 더 달리니 중문관광단지 도착. 차를 렌트해왔다면 가장 오래 머물러 있을 장소.
하지만 자전거타고와서는 그냥 지나칠수밖에 없는 '관광'단지로다.
그래서 스윽 달려온 곳은 어느새 '주상절리대'. 돌 모양이 정말 인상적이다.
그리고 떨어지면 수심 20미터. 바로 앞쪽 수심이 훨씬 깊단다.
주상절리대 사진 열기
주상절리대만 보고 나오면 썰렁하다. 옆에 딸린 공원에서 잠시 산책을 즐겨볼까나.
이게 제주스타일 돌담길이랄까? 커플들이 뭐이리 많냐. 에이 쳇쳇.
중문을 빠져나와 이제 서귀포방향으로 나아간다.
오후 4시. 서귀포로 향하는 두 가지 길 중 이번에도 더 멀리 돌아가는 해안도로를 택했다.
지도에도 잘 보이지 않는 동네. '강정'으로 향하다.
시골동네중에서도 정말 시골동네로 들어온게 실수였을까.
갑자기 느낌이 좀 이상하다 싶더니. 실펑크가 나버렸다.
첫날에는 체인 급이탈. 둘째날에는 펑크라. 이거 재밌네.
따로 주문해서 렌트한 자전거라 관리가 잘되어 있을줄 알았거늘.
뭐, 그건 핑계고 결국 공구를 챙겨놓고 펑크패치를 안챙겨온 찜찜함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펑크패치정도는 렌트해주는데에서 살 수 있을줄 알았지. 휴우. 일단 끌고가보자.
자전거를 끌고가다보니 작은 마을 발견.
오토바이 + 자전거 수리점을 발견했으나, 하필 오늘만 사장님이 자리를 비웠다는 알바생.
자전거 렌트업체에서 알려주는 자전거 수리점은 전방 4km 앞. 끌고가기에는 무리있는 거리.
우째 이런일이!! ㅠ.ㅜ
보통은 이런 상황에 용달 트럭을 부른다는데. 그건 뭘 모르는 사람들이나 하는거고...
바로 자전거 분해에 들어갔다. 앞바퀴 및 뒷바퀴 분리. 프레임은 기어만 남기고 다 떼버렸다.
곧 달려온 콜택시에 분해된 자전거를 싣고 수리점으로 향했다.
자전거 수리 후 재조립중.
그런데 수리해놓고 나니 현재 위치가 애매하다.
본래 계획은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을 거쳐서 서귀포 시내로 진입하는 거였는데.
택시를 타버리는 바람에 가려던 길을 지나쳐 버렸다.
결국은 과감히 왔던길을 되돌아갔다. 원래 가려던 코스와 거리도 거의 비슷.
다만 시간을 너무 많이 날려버렸다. 이미 남원까지 가기에는 무리가 너무 커졌다.
서귀포로 목적지를 바꾸고 본래 예정 코스로 진행.
그렇게 도착한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 아~ 내려가서 뛰어보고싶어라.
경기장에서 바라보는 일몰. 지독했던 하루 날씨는 이렇게 저문다.
이제 숙소를 찾아 서귀포 시내로 달려달려.
중간에는 맛깔스런(?) 한라봉이 보여 집으로 한상자, 회사에 한상자 보내서 점수좀 따자.
이렇게 열심히 달려가며 날이 저물고 있는데,
원래 목표치만큼 못달려서 그런지 욕심이 들더라구.
그렇게 도착한 천지연 폭포.
똑딱이지만 쓸만해 보이는게 나왔다. (1" ISO 200 F3.6)
이미 해는 졌고. 간신히 찾아들어간 숙소에서 틀어놓은 올림픽 개막식은 눈에도 안들어오네.
둘때날, 피로가 쌓였는지 바로 풀석.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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